반갑습니다! 포토팀 장진솔입니다. 지난 3월 랜선 입사 이후로 포토팀 내의 브랜드이미지파트에서 B마트, 배민상회 등의 촬영을 하다 6월부터 서비스이미지파트에서 배민라이더스 촬영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입사 전 제가 궁금해했듯이 많은 분들이 우아한형제들 포토팀에선 어떤 일을 하는 지 궁금해하실 것 같아 제가 어떤 의도와 생각을 갖고 준비를 하는지, 촬영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가지 변수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보다 가까이에서 소개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1.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니
배민라이더스 촬영이 배정되면 가게의 이름과 주소만 가지고 어떤 환경인지 알아내야 합니다. 검색 창에 바로 나오는 곳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지만 대부분의 가게가 배달 전문, 신규 업소이기 때문에 쉽게 검색되지 않는 곳이 많습니다. 가장 먼저 촬영을 신청하신 업주님과 통화를 통해 촬영할만한 장소가 있는지, 메뉴 선정은 확실히 되었는지, 그릇이나 식기의 여부, 주차 공간에 대한 얘기를 나눈 후 촬영이 진행되는 순서에 대해 간략한 설명을 드리곤합니다.
검색창을 통해 가게 정보를 찾기 힘든 경우 로드뷰를 통해 가게 외관을 확인하거나, SNS 해쉬태그 검색을 통해 (#가게이름) 그 가게에서 다른 손님이 촬영한 사진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가게 외관을 볼 때에 간판이나 로고 등을 통해 가게를 대표하는 색상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내부에선 인테리어가 어떤지, 어떤 식기를 쓰는지 확인하고 이를 통해 전체적인 시안을 구상하고 소품을 준비합니다.
이곳이 이번에 촬영하게 될 가게 입니다. 외부 사진에서 민트색 벽과 붉은 톤의 나무 프레임, 의자, 입간판 등을 볼 수 있습니다.
내부 사진을 살펴 보면서 내부 벽도 민트색인걸 확인할 수 있었고, 쿠폰 스탬프와 흰색 액자에서 색 조합 아이디어를 얻어갑니다.
테이크아웃 매장 특성상 유리잔이 준비되지 않은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음료가 어디에 담겨서 나오는지도 확인합니다. 크래프트지 느낌의 일회용 용기에 음료가 나오는군요. 정면 컷에선 내용물이 안 보일 것 같고 다른 용기가 있을 확률이 적으니 유리컵을 챙겨가야할 것 같습니다.
종합적으로 이 가게에선 민트색이 많이 보입니다. 크래프트지 색과도 잘 어울리고, 흰색과도 무난히 잘 어울리는 것 같아 그런 느낌으로 시안을 찾아보겠습니다.
P사이트에 오래전부터 시안 카테고리를 많이 쌓아두기도 했고 연관 검색 알고리즘이 똑똑한 것 같아 자주 사용합니다.
단순하게 'milk tea photography'를 검색해서 관찰해보겠습니다. 누가봐도 예쁘게 구성된 사진이 많지만 좁은 가게에서 촬영하는 것이고 소품 준비의 한계가 있으니 실행 가능한 것 위주로 봐야합니다.
저는 이 사진에서 참조할 것이 많았습니다. 딱 맞아 떨어지는 배경 색은 없기 때문에 후작업으로 색은 바꿔줄 겁니다. 음료 받침으로 접시를 사용했네요. 일반적인 코스터나 나무로 된 것보다는 접시가 더 넓기 때문에 한 컬러의 묵직한 밀크티를 안정적으로 받쳐줄 겁니다. 여유 공간이 있어 차 잎이나 부재료 등을 올려놓기에도 좋아보입니다.
러프하게 이미지를 얹고 컬러를 살짝 바꿔봅니다. 이 이미지 느낌을 갖고 소품을 챙겨보겠습니다. 너무 많은 레퍼런스를 잡고 가면 소품의 양이 과다하게 늘어나게 되고 서로 섞여버려 어울리지 않는 조합을 잔뜩 들고 갈 경우가 있으니 주의합니다.
2. 다다익선, 유비무환의 정신으로
이와 같이 촬영 공간에 대한 정보가 적은 곳에서는 다양한 변수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이런 변수에 대처하기 위해 명확한 레퍼런스와 그에 따른 몇가지 변형 플랜을 생각하고 소품을 챙깁니다.
대부분의 테이블을 커버하고도 남는 배경판입니다. 바닥에 깔 수도 있고 뒷 배경으로 쓸 수도 있습니다. 저는 배경판 사용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열악한 환경에서는 이처럼 든든한 아군이 또 없습니다. 가장 우측의 두가지 컬러를 챙기겠습니다.
비슷한 크기의 유리잔과 받침으로 쓰일 그릇, 코스터, 처음에 떠올렸던 접시와 티 재료 등을 따로 담을 수 있는 작은 그릇도 챙기겠습니다.
실내가 협소하고 바(bar) 자리, 혹은 실외 촬영의 가능성도 있으니 이러한 이미지도 머리 속에 챙겨 넣고 출발하겠습니다.
3. 산 넘어 산...
가게에 도착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좁았고 사장님께서 여기선 촬영할 수 없다고 주소를 알려주시며 그쪽으로 가자고 하셨습니다. 그리하여 알려주신 주소를 찍고 다시 가보니...?
읭?!?!
촬영 장소로 알려주신 곳은 거주하시는 빌라 현관이었습니다. 지붕만 있는 야외 촬영이라고 해야할까요..? 파란 천과 소품들도 직접 준비하시고 다 쓰길 원하셔서 제가 준비한 것들은 꺼낼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유비무환의 정신...! 정신 잃지 말자. 계단 아래쪽의 넓고 평평한 공간에서 촬영하면 된다고 하시는데 제가 보기엔 불가능이었습니다. 위쪽과 옆쪽 벽이 흰색이고 너무 타이트하게 붙어있어 반사가 심해 사방팔방 벙벙하게 나올 것 같았습니다. '앞쪽의 수납장에 배경판을 올리고 천을 깔아 촬영하면 되겠다' 하고 세팅을 했습니다. 온실 속 화초처럼 정제된 공간에서만 촬영을 해왔던 제게 이 세상은 너무나 험난한 곳이었습니다.
배민라이더스 촬영에서 이처럼 다양한 제약이 때때로 찾아옵니다. 촬영자가 생각하는 공간과 사장님이 생각하는 공간이 다르기 때문인데 이런 공간에서도 기지를 발휘하고 두뇌를 쥐어짜내 촬영을 해내는 게 배민라이더스 촬영의 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판은 깔아졌고 조명을 세팅하려는 중에 콘센트 꽂을 곳이 없다는 걸 늦게나마 알아채고 비상이 걸렸습니다. 사장님의 방에서 전기를 끌어다 쓰려 했지만 선 길이가 나오지 않아 그것도 무리였구요. 결국 포기해야하나 싶었습니다만 외부 cctv에 연결된 콘센트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죽으란 법은 없나봅니다.
콘센트가 천장에 달려 있어 주차하며 보았던 폐기름통을 들고와 발 밑에 받쳐두고 드디어 조명에 전원도 연결했습니다. 이제 공간을 꾸미는 소품 세팅을 해보려는데 사장님께서는 준비하신 소품과 파란 천을 꼭 다 쓰길 원하셨습니다. 소품 중엔 소도 한 마리 있었구요. 음료는 비닐팩에 담겨서 테이크아웃 되는데 그 모습 그대로 보여주길 원하셔서 결과적으로 제가 챙겨오고 구상해온 것들은 이번 촬영엔 도움이 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파란 천을 바닥에만 깔고 흰 벽을 뒤로 두고 진행했는데, 천을 호리존처럼 뒷 배경에도 나오게 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천 길이가 그리 길지 않고 마땅히 벽에 고정할 곳이 없어서 찾다보니 배전판 손잡이 나사가 뾰족하게 튀어나와 거기에 걸어보겠습니다.
마음대로 흘러가는 게 하나도 없지만 멘탈만 잘 붙잡고 있다면 솟아날 구멍은 있기 마련입니다.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찾아가다보면 상황은 나아지기 마련입니다. 현장에서 수없이 많은 변수와 갈림길이 나타날텐데 취할 것은 얼른 취하고 뺄 것은 과감히 생략하고,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의 판단을 빠르게 내려야합니다.
4. endgame
결과적으로 다음과 같은 컷들이 나왔습니다. 원하시는 소품을 다 사용했고, 색이 똑같은 밀크티를 구분하기 위해 부재료 들을 보여주었습니다.
현장에서 촬영 준비를 하며 사전에 준비해갔던 어떤 아이디어도 사용하기 어려웠지만, 이를 다르게 생각해보면 웬만한 상황들은 현장에 있는 것들로 대체하고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임기응변이나 내 손으로 전체적인 모습을 만들어가는 것이 즐겁다면 배민라이더스 촬영을 재미있게 잘 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러기 위해선 많이 보고, 많이 촬영한 경험을 토대로 필요한 것을 적재적소에 잘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이번 촬영의 경우 생각했던 이미지와는 달랐지만 사장님께서 분명한 생각을 갖고 소품을 준비해주셔서 저는 촬영 장소에 대한 세팅만 잘 하면 됐습니다. 주위를 면밀히 잘 둘러본다면 그 어떤 것도 소품이 될 수 있고 촬영 장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