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민 | 올해를 시작으로 매년 우아한형제들의 기술 컨퍼런스를 열게 되었어요. 주제에 따라서 디테일은 변경될 거지만, ‘WoowaCon’이라는 컨퍼런스 자체의 큰 틀은 계속 갖고 가고 싶어요. 하나의 브랜드 이미지처럼 자리잡았으면 좋겠는데.. 비주얼 아이덴티티 디자인 작업 가능할까요?
규연 | 그럼요!
작업에 시작하기 앞서, 세미나 형태의 기술 컨퍼런스를 진행하는 다양한 테크 기업들이 있는데, 그 사이에서 우아콘은 어떤 인상으로 있었으면 좋겠는지에 대한 회의가 시작되었다.
'처음부터 전문적인 느낌을 확확 가져가서 다들 몰랐겠지만 우리 테크기업이라는 걸 티내볼까?'
'아니면 나랑 비슷한 수준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되게 능력자들이 모여있는 회사라는 걸 어필할까?'
이런 생각을 갖고 초반 시안을 작업하던 도중,
기획을 담당해주신 수민의 연락을 받게 된다. 두둥.
수민 | 규연님, 어제 고민을 더 해봤는데요. 우리 컨퍼런스는 잘난 사람들이 우리 이렇게 잘났다고 자랑하고 뽐내는 자리가 아니라, 자기가 겪었던 실수들 막 공유해주고, 꿀팁같은 것들 단순하고 명확하게 알려주는 그런 자리가 되면 좋겠어요. 우리가 했던 이런 실수, 여러분은 하지 말라고 알려주는 그런 인간적인 느낌을 주고 싶어요.
그렇다. 기술.알.못 디자이너인 나는, 아무래도 기술 컨퍼런스는 뭔가 명석하고 조금은 딱딱한 자리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기획자님의 말씀을 듣고 나니 기술 컨퍼런스도 그 시간을 어떻게 꾸리냐에 따라 충분히 유쾌하고 재밌어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결정된 시안은 투박하지만 친근하게 WOOWACON을 적은 손글씨 (기술컨퍼런스에서 왠 손글씨?!하게 하는 것이 목표)에 각종 개발 부호를 활용한 (? ! # { } < > ( ) ~ … - ) 안.
컨퍼런스를 구성하는 9가지 어젠다에 맞게 메인 아이덴티티의 손글씨 느낌을 살려서 각각의 디자인 컴포넌츠도 작업했고,
여러 연사분들의 발표화면에 알차게 쓰였다.
디자이너도 개발자도 기획자도 같이 수긍할 수 있으며 위화감없고 친근하지만 그렇다고 절대 전문성 없지 않고, 멋 없지 않음을 어필하고, 우리는 기술컨퍼런스를 하더라도 우리의 색깔과 유쾌함을 유지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싶었다.
성공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