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광고 파일 제대로 보내신 거 맞아요?"
배민이 처음으로 잡지 광고를 시작했을 때 잡지사에서 받은 전화입니다. 보통 잡지 광고하면 생각나는 멋진 그래픽 디자인은 하나도 없고 흰 종이에 검은 글씨 딸랑 한 줄이 전부였으니, 전화 올만도 했죠.
최초의 잡지테러 광고 (월간디자인 2012년 12월호)
'잡지 안에서 배민을 종이 한 장에 보여주려면 어떻게 해야하지?' 고민하다, 세련된 비주얼보다는 어이없지만 박력있는 카피 하나면 충분하겠다 생각했어요. 읽으면 풋-하고 웃음이나거나, 아~하고 뜻을 이해하게 되는 그런 카피 한 줄 말이죠.
그렇게 매달 새로운 잡지에 카피 단 한 줄로 광고 '테러'를 일삼는, 배민의 <잡지테러> 캠페인이 2012년 12월에 시작되었습니다.
(시사저널 2014년 08월호)
'잡지광고를 8년 동안이나?!'하며 갸우뚱하실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요새 잡지 보는 사람들이 많은 건 아니죠.
그런데 많지 않아서, 잡지를 구독하는 사람들은 비슷한 생각을 하고, 비슷한 취향을 갖고 있을 것 같더라고요. 시사잡지를 보는 사람이면 '단일화' 같은 단어가 익숙할테고, 패션잡지를 보는 사람이면 '쁘레따뽀르떼'라는 용어가 뭔지 정도는 알고 있을테죠.
광고(廣告)가 말 그대로 널리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일이라면, <잡지테러> 캠페인은 잡지를 읽는 사람들끼리 알아듣고, 웃고, 공감할 수 있는 뾰족한 메세지를 지향합니다.
이과만 웃을 수 있는 카피 (카이스트잡지 2015년 02월호)
애덤 스미스를 아세요? (포춘매거진 2018년 01월호)
머릿속에서 음원 자동재생 (더뮤지컬 2020년 01월호)
그렇다면 이 수많은 카피들은 수학, 경제, 문화 모든 분야를 섭렵한 마케터가 혼자 뚝딱 써내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정답은 바로 집.단.지.성. 우아한형제들 구성원 모두가 <잡지테러>의 카피라이터가 될 수 있어요.
잡지테러 공모 포스터 (비어포스트 잡지 2017년 12월호)
잡지테러 광고 카피는 매달 우아한형제들 전직원이 참여하는 카피 공모전에서 정해져요. 축구 잡지에는 축구 덕후가, 베이커리 잡지에는 빵 덕후가 잡지와 찰떡인 카피를 써내기 쉽기 때문이죠.
마케터 뿐만 아니라, 디자이너, 개발자 등 직군과 상관없이 모두가 배민 브랜드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 거죠. 이렇게 보면 <잡지테러>는 배민의 내부 브랜딩 캠페인이라 부를 수도 있겠네요.
우아한형제들 사옥 내 <잡지테러> 전시장
우아한형제들 모두가 참여하는 배민 최장기 캠페인 <잡지테러>. 지난 8년 동안 한국광고단체연합회에서 '대한민국광고대상', 한국광고협회 선정 '올해의 광고상', 한국광고주협회에서 '소비자가 뽑은 좋은 광고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분에 넘치는 상을 수상했답니다.
어때요. 여기까지 읽어주신 여러분도, 잡지테러 카피 한 줄 써보고 싶지 않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