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신춘문예는 2015년 봄에 시작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배민의 시 공모전입니다. 해를 거듭해 오면서 모습이 바뀐 부분도 있고, 프로세스도 정돈되었지만 음식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짧은 시로 표현하는 핵심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배민신춘문예의 처음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그 시작을 찾기 위해 짧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2017, 2018, 2020년 배민신춘문예를 담당했던 마케터 S입니다. 배민신춘문예(링크)는 2015년 봄에 시작되었는데요. 2015년 첫번째 배민신춘문예 담당자였던 두 마케터(강세영, 김상민)를 만나 배민신춘문예의 탄생 스토리를 들어보았어요.
Q. 배민신춘문예가 시작된 계기가 궁급합니다.
세영: 그때가 개강 시즌이었어요. 대학들이랑 소통할 캠페인을 만드는 미션이 저랑 상민님에게 떨어졌어요. 대학생들이랑 뭘 하면 좋을까 하고 고민하던 시기에 메신저 그룹방에서 이환천 시인의 글이 돌았어요. 그걸 보고 우리도 이런 글짓기 같은 걸 해보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나왔죠.
배민신춘문예 1회 심사위원 SNS시인 이환천
Q. 그 글짓기가 신춘문예가 된 것이군요. 처음 배민신춘문예를 접했을 때 “신춘문예” 라는 이름이 익숙하면서도 재미있었는데 이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되었나요?
세영: 글짓기나 삼행시 같은 이름은 다른 서비스들이 이미 많이 쓰고 있으니까 다른 이름이 좋겠는데 하다가 “신춘문예”가 유명한 신문사들이 오랫동안 하고 있어서 권위있는 느낌이라 가져다가 쓰기로 했어요.
상민: 신춘문예를 패러디해서 B급 신춘문예를 만들어보자!가 되었고 당시에 인터넷에서 화제였던 하상욱, 이환천 같은 사람들이 많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Q. 배민신춘문예 사이트를 따로 만들었잖아요. SNS에 댓글로 받을 수도 있지만 사이트가 있으니까 대대적이고, 본격적인 느낌이 들더라고요. 배민신춘문예 이전에도 캠페인용 사이트를 따로 구축했었나요?
세영: 제가 입사하고는 처음 이었어요. 이전에도 했었는지는 기억이 안나는데 그때가 제가 입사 1년차인데 같이한 디자이너도 1년차라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었던 것은 기억나네요.
상민: 저도 밤에 둘이 붙어서 심각한 표정으로 있던 것만 기억나요. 음... 접수 방법을 고민하다가 사이트가 낫겠다… 식으로 정리되었던 거 같아요.
디자이너나 개발자에게 캠페인 사이트 규모를 설명할 때 배민신춘문예가 기준이 되곤 한다. 별도의 사이트를 구축하는 캠페인 중에는 가장 오래되어 내부에서 그 규모를 아는 사람이 많고, 접수와 심사를 위한 어드민까지 갖춰진 사이트라서 스펙을 비교하기 편하기 때문이다. "이번 캠페인 사이트는 배민신춘문예 정도 됩니다."라거나 "그 보다는 간단합니다." 라고 이야기 하곤 한다.
Q. 접수가 생각보다 굉장히 많이 됐습니다. (17,594작품) 그때의 느낌이 어땠는지 궁금해요. 또 작품수가 많아서 심사가 어려웠을 거 같은데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세영: 그때 신문사 신춘문예보다 접수작이 많았다고 보도자료를 냈던 게 기억나요. 총상금을 치킨 500마리로 걸어서 그게 바이럴이 많이 됐어요. 첫날부터 접수작이 빵 터졌고. 매일매일 접수작을 체크했어요. 작품에 문제가 없는지 크로스체크를 해야하는데 그럴 새도 없이 어제의 베스트 (어드민에서 지정하면 사이트 메인에 노출됨) 뽑고 그랬어요.
상민: 저랑 세영님이 어드민에서 하나하나 다 봤어요. 그래서 기본 막차였어요. 늘 막차타고 집 갔어요.
세영: 우왕 추억이다.
상민: 내가 오늘 5천개 보네 마네 했어요. 그리고 저희가 맡은 역할은 좋은 작품을 남기기 보다 아닌 걸 거르는 쪽이었어요. 그리고 그 때는 수상작 최종심사를 마케터들이 안했습니다.
Q. 아! 배민신춘문예에 영감을 줬던 SNS 시인들(하상욱, 이환천, 최대호)이 최종심사를 했죠? 내부심사 의견과 갈리지는 않았나요?
상민: 내부에서 50작품을 추려서 심사위원 3명에게 보냈어요. 웃음 포인트는 비슷했던 기억이에요. 1회기도 하고 신입때라서 저는 의견이 별로 없었습니다. (웃음)
세영: 지금도 바뀌지 않는 심사기준이기도 하고 브랜드 가이드이기도 한 '풋 하게 웃기거나 아~하고 공감가는' 이라는 기준이 있습니다. 그 가이드 안에서 저희도 심사하고 SNS 시인들도 심사했어요.
Q. 치킨 500마리 상품이 바이럴 되면서 응모작이 많았다고 했는데 어쩌다 치킨을 상품으로 걸었나요?
세영: 아, 그건 조금 싱거울 수 있는데 신춘문예 말고 다른 이벤트 준비할 때, 1일 1닭 해서 365마리 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나왔어요. 다들 그 아이디어를 좋아해서 기억하고 있다가 배민신춘문예에서 쓴 거죠.
대학 캠퍼스에 게시된 1회 배민신춘문예 광고배민신춘문예의 치킨365마리 상품 아이디어는 다른 브랜딩 캠페인에서도 종종 쓰인다. 배민 떡볶이 마스터즈의 1등 상품도 365개의 떡볶이 쿠폰이었다.
Q. 부상으로 옥외광고도 있었는데요. 광고가 부상이 된 계기도 궁금합니다.
상민: 그때가 배민이 옥외광고를 한참 열심히 할 때고, 또 SNS에 인증도 많이 되었어요. 작품과 참여자 이름이 광고로 실려서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는 게 의미가 있을 거 같았어요.
이 이후로 배민신춘문예의 수상작들은 버스정류장, 버스, 지하철역 등에 옥외광고로 소개되고 있다.
배민신춘문예 1회 옥외광고 부상 소개
Q. 마지막 질문입니다. 나에게 배민신춘문예란?
상민: 나에게 배민신춘문예는 마케터로 처음 제대로 겪은 일의 기쁨과 슬픔. (웃픔, 피하고픔, 쇼진품명품....)
세영: 나에게 배민신춘문예는... 대서사시.
마케터 두 명과 디자이너 두 명을 주축으로 시작된 배민신춘문예는 6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장기 캠페인답게 관련 영상이나 스토리도 많고 파생 상품까지 생기는 등 다양한 모습으로 변해왔죠. 그래서 배민신춘문예의 우아한 크리에이티브 스토리는 계속됩니다. 배민신춘문예처럼. 쭈욱.